[영화]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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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

by 집순집순 2020. 2. 29.

 

돌이킬 수 없는.. 제목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그 순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행복하던 순간. 영화에서 말하듯, 시간은 모든 걸 망가뜨렸다. 시간은 행복하던 순간마저 망가뜨린다.
하지만 다시 고칠 수 없는 것. 다시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것.
영화의 역행 구조는 다시 시간을 시계 태엽 감듯 되돌리고 싶은 관객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다시 되돌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랄까.
영화의 시간 상 가장 처음의 행복한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서, 미리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만들고 싶다.
마커스가 그날 알렉스를 집에 데려다줬더라면...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잘못된 복수가 가져오는 결과까지... (여기서 잘못된 복수라함은 강간범이 복수 당한 게 아니라, 그의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희생됐다는 점이다. 얼굴을 대조해본 결과 소화기에 잔인하게 얼굴이 찌여 사망한 남자는 강간범이 아니고 그 옆에 있던 남자가 범인이였다. 결국 복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더욱 속을 부글부글 끓게하는 것 같다. 차라리 복수라도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 불안하고 분노로 가득찬 마커스의 심정이 잘 담겨있다.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
강간의 참혹함과 잔인함, 그리고 폭력성이 적나라게 드러나는 영화라서 사실 괴로웠다.
특히 강간 당하는 장면은 정말 토나올 정도로 끔찍했다..

상영 당시 강간 장면을 보다가 중간에 뛰쳐나가서 토한 사람도 있었다던데, 나도 조금 보다가 스킵하고 넘어가버렸다.

도저히 끝까지 못 볼 거 같아서..
그 씬에서 강간을 당하는 여성의 처절함과 강간을 범하는 남성에게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의 모습을 보았다.
그 피해자의 울음소리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이 영화는 멘탈 꽉 붙잡고 봐야할 것 같다. 정말 후유증이 큰 영화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소화기로 얼굴 깨부시던 장면, 게이바에서 포르노그라피를 연상시키는 온갖 장면들, 강간 당하는 장면 이렇게 세 가지 장면은 차마 끝까지 못보고 스킵하며 봤다.

이 세 장면을 아무런 미동없이 끝까지 본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멘탈갑일듯..

 

내가 생각하기엔, 마커스가 게이바에서 복수를 행하다가 결국엔 본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응급실에 실려간 게 알렉스 강간범의 소행이 아닐까 싶다. 알렉스와 마커스.. 두 커플의 시간을 끝내버린 범인이 동일범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마커스의 복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지어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를 했고, 도리어 자기가 피해를 당하기도 했는데 그의 복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솜방망이 처리로 끝나는 법구조에 대한 분노, 강간범에 대한 분노, 복수에 대한 회의감,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순간에 대한 간절함. 이런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은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워서 현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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